"관료주의 깨야 산다"…GE, 126년 만에 외부 CEO 수혈

입력 2018-10-07 17:57  

경영탐구

할 말 못하는 기업문화
웰치·이멜트 36년, 쓴소리에 귀막아
GE 망가뜨린 캐피털 문제 잉태
알스톰 등 M&A 실패로 이어져

비대한 몸집·낮은 실행력
이멜트의 역작인 디지털사업
미래 보고 수십억弗 쏟아부었지만
성장 못하고 결국 실패…매각 진행

근거없는 자신감이 부른 추락
크로톤빌연수원 통해 내부 CEO 육성
"GE 방식만이 최고" 지나친 자만
쌓여가는 문제 해결 시기 놓쳐



[ 김현석 기자 ]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 16년 만에 퇴진(2017년 6월)→존 플래너리 CEO 취임(8월)→GE, 다우지수 종목에서 퇴출(2018년 6월)→14개월 만에 플래너리 CEO 경질(10월).’ 미국을 대표하던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16개월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추락했다. 급기야는 지난 1일 설립 1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래리 컬프 이사회 의장을 새 CEO로 수혈했다. 컬프 CEO는 지난 4월 GE에 처음 합류했다. 한때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렸던 GE가 시장에서 ‘공중 분해설’까지 떠도는 부진을 딛고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년 만에 CEO 전격 교체

지난해 8월 CEO에 오른 플래너리는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126년 역사의 GE 실패를 파헤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사내 이사 절반을 교체한 데 이어 기업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수송과 헬스케어, 조명 부문 등 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분사토록 하면서 주력사업을 항공, 발전, 재생에너지 등 3대 사업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지난해 초 이후 사라진 시가총액만 1750억달러에 달했다. 넷플릭스(1530억달러)보다 훨씬 큰 기업 하나가 날아간 것이다. 지난해 주주배당을 절반으로 줄였고 이제는 배당 중단설이 나돌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일 GE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정크등급에서 겨우 두 계단 위다.

GE는 실적 발표 때마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이 불거져 우려를 키웠다. 지난 1월 GE는 과거 매각한 GE캐피털의 보험사업 등과 관련해 150억달러를 손실 처리할 방침을 밝혔다. 매각은 몇 년 전 끝났지만, 우발 채무가 생길 위험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난 1일엔 발전사업에서 230억달러를 상각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이멜트 전 CEO가 발전사업 경쟁자인 프랑스 알스톰의 발전 사업부문을 GE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인 106억달러를 주고 인수했지만 마치 지뢰밭을 사들인 꼴이 됐다.

결국 1년이 넘는 구조조정 과정과 주가 하락, 배당 삭감 등을 견뎌오던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GE 이사회는 신임 CEO 선임 발표 이틀 전 플래너리 CEO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순혈주의·관료주의에 가로막힌 구조조정

이번 CEO 교체의 핵심은 GE 이사회가 경영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연수원을 통해 내부인을 키워 선임하던 전통을 버리고 외부인인 컬프 CEO를 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조 개혁이 관료주의에 막혀 내부인에 의해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이사회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의 짐 크레이머 평론가는 “분기마다 이해하기 힘든 손실 발표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결정적으로 증폭됐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분석하는 GE의 문제는 △소통을 가로막는 관료주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방만 경영 △낮은 실행 능력 등이다. CEO 경질 배경에 GE 내부의 순혈주의와 관료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수십 년간 GE는 ‘경영학 교과서’로 불렸고 잭 웰치 전 회장은 ‘경영의 신’이란 찬사까지 들었다. 게다가 웰치 20년, 이멜트 16년 등 내부 출신 CEO가 장기 재임하다보니 ‘할 말을 할 수 없는’ 기업문화가 형성됐다. WSJ는 이멜트가 실패담을 귀에 담기 싫어하면서 많은 문제가 묻혔다고 분석했다. GE캐피털 문제가 여기서 잉태됐으며, 알스톰 등 M&A 실패가 이어졌다.

GE는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실행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덩치 큰 공룡 신세가 되면서 적응력이 퇴보했다는 얘기다. 이멜트가 취임 초기부터 디지털을 미래 사업으로 보고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GE디지털은 성장하지 못하고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기업이 견학하러 왔던 크로톤빌연수원의 교육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크로톤빌에서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중간관리자급 이상을 키웠는데,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 해결 시기를 놓치게 했다. 모두가 ‘GE 방식이 최고’라고 외치자 자만에 빠지는 독배를 마셨다는 비판이다.

공중분해냐, 영광 재현이냐

신임 컬프 CEO는 기존 CEO들과는 다른 인물이다. 그는 2000~2014년 치과기구부터 정수시스템까지 여러 사업을 거느린 다너허코퍼레이션 경영을 맡아 매출을 4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키웠다.

그는 다너허를 경영하며 일본 도요타의 가이젠(개선)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제조과정 혁신과 비용절감, 재고 관리 등 효율성과 성과에 집중했다. 핵심 매출 증가율과 고객 만족도, 정확한 상품 인도, 종업원 만족도 등으로 각 사업의 성과를 끊임없이 측정하고 조금씩 개선하는 식이다.

컬프는 대외 활동이 많았던 GE 경영자들과 달리 공장을 자주 찾고 그곳에서 답을 찾길 원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는 “컬프 CEO가 지난 4월 이사회 의장직에 임명된 걸 감안하면 예상보다 인사가 빨리 단행돼 놀랍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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